자동차보험 손해율 90%대 '껑충'… 보험료 인상 요구 커져
손보업계 1~3분기 영업손실 1988억원, 1년만에 적자 전환
롯데·흥국 등 매년 적자행진…중소형사 실적부진 가중 우려

▲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등 계절적 영향으로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올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해진 중소형손보사들의 보험료 인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손보업계가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비상이 걸렸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등 계절적 영향으로 차량사고 피해가 늘어나면서 대형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를 넘어섰고, 흥국화재 등 일부 중소형사들은 100%까지 치솟았다. 위험 수위로 치솟는 손해율에 정비요금 및 최저임금 등 비용 상승으로 올해 자동차보험의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해지면서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는 손보사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주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대로 올라섰다. 10월 가마감 기준으로 삼성화재(90.4%), 현대해상(93.8%), DB손해보험(92.8%), KB손해보험(94.5%) 등 손보업계 '빅4' 모두 90%를 웃돌았고 흥국화재와 MG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00%를 넘어섰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출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손해율 상승은 곧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손익분기점인 적정손해율(77~80%)을 감안하면 각 사별로 10~20% 가량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한 것은 올해 초 덮쳤던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 등 계절적 요인으로 자동차사고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의 경우 기상 관측 111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 기승을 부린 데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차량 침수 피해가 급증했다.

손보업계는 올 3분기까지 자동차보험에서 총 19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37억원의 영업수익을 냈지만,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11개 손보사 중 메리츠화재(16억원), 악사손해보험(211억원) 등 2곳이 흑자를 냈고 삼성화재(-269억원), 현대해상(-360억원), KB손해보험(-712억원), 흥국화재(-140억원), 롯데손해보험(-191억원), DB손해보험(-284억원), 한화손해보험(-221억원), 엠지손해보험(-58억원) 등 나머지 9곳은 영업손실을 시현했다.

손보업계는 올 4분기에도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 상반기(81.7%)과 비교해 10% 이상 크게 악화한 데다 최저임금 및 정비요금 인상, 사상 최악의 폭염 등 실적을 갉아먹는 악재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손보업계는 최근 5년간 자동차보험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3년 11개 손보사의 영업손실은 7962억원에 달했고 2014년(-1조1009억원)과 2015년(-1조868억원)에는 적자 규모가 1조원을 넘겼다. 2016년(-3418억원) 적자폭을 줄인 이후 지난해에는 266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올해 다시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공산이 크다. 

특히 중소형사의 실적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롯데손보의 경우 2015년 5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016년(-757억원), 2017년(-111억원) 등 매년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흥국화재도 2015년(-254억원), 2016년(-237억원), 2017년(-86억원) 등 영업손실을 냈고 엠지손보와 더케이손보 역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실적악화가 불가피해진 손보사들은 연말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내심 바라는 눈치지만, 금융당국은 과도한 보험료 조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입장에선 연말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보험료를 큰 폭으로 인상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께 대형손보사들이 먼저 자동차보험료를 올리면 나머지 중·소형사들은 시차를 두고 보험료 인상 대렬에 줄줄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어느 수준까지 보험료가 오를 것인지가 관건으로, 보험료 인상폭을 놓고 업계와 당국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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