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항상 변하는 ‘생물’…사람의 진퇴가 변화의 핵심

천주교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세례명 디모테오)은 25일 성탄절을 편하게 보내지 못한 것 같다. 최근 자신의 지지율에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북미정상회담 지체, 김정은 서울답방 지연, 경제지표 회복 지지부진, 청와대 특별감찰반 논란 지속, 청년실업, 민주노조의 반발과 각종 사건사고 등등 여러 요인들이 원인이다.

여권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우려가 쏟아졌다. 그동안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국정수행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야권의 반발도 빛을 바랬다. 그러나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기 시작하면 정부 정책의 추진력도 약해져 정책 집행이나 개혁 수행이 어려워진다. 벌써 야권은 “동이 터온다”며 대여공세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단속에 나섰다. 이 총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서 동행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관해 “국민의 마음은 늘 무겁게 받아들이겠지만, 숫자에 너무 매몰되면 더 큰 것을 놓칠 수가 있다”며 “바위처럼 흔들림 없이, 민심의 흐름은 세심하게 받아들이되 정책의 운용이나 정부의 자세는 흔들림 없이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구원투수로 유튜브에 등판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22일 ‘노무현재단 2018 회원의 날’ 행사에서 “제가 시사 프로그램에서 어용 지식인을 하다가 요새는 다 하차하고 은퇴했는데, 팟캐스트에서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혹세무민하는 보도가 넘쳐나고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정리’를 해줘야 한다”며 “요새는 유튜브가 대세라고 하던데, 다 한번 정복해볼까 한다”고 했다. 대통령 지지도 하락이 그의 ‘사실상 정계복귀’를 앞당긴 셈이다.

문 대통령도 앞서 지난 17일 ‘2019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경제정책 기조변화도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렇게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다. (중략) 우리는 지금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가고 있다. 추진 과정에서 의구심과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결실을 맺는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고 ‘김정은 서울답방’이 이뤄지면, 대통령 지지율은 회복될 수 있다. 이어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높은 지지율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상당수 국민도 내심 이를 기대하고 있을 터.

하지만 만약 그런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어둡다. 경제는 어려워지고, 정치는 진흙탕 싸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사회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율도 지금보다 더 하락할 것이다. 여권 전체가 큰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항상 변한다. 현재로서는 그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다. 하지만 어렵다. 결국 ‘차악’이라도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흔히 고전에서 지혜를 얻는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보고한 ‘2019 경제정책방향’ 가운데 ‘16대 중점과제’를 정리한 부분이다. 눈에 번쩍 뜨이는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사회노동부문의 ‘대타협-대탕평-대사면-대약진’을 토대로 한 ‘신경제발전패러다임’의 정책과 비전이 없다. ‘빅(Big)’이란 단어가 무색하다.

고전은 ‘과거의 책’이 아니다. 차이와 반복을 거듭하면서 항상 새롭게 해석되는 ‘오늘의 교과서’요 ‘미래의 참고서’다. 그 중에서도 ‘역(易)’, 즉 자연과 인간의 ‘변화’를 깊이 통찰하고 정리한 ‘주역(周易)’이 매우 유용하다. 특히 ‘계사전(繫辭傳)’이 백미다. 게다가 ‘계사전’은 동양에서 가장 빼어난 문장으로 꼽힌다. 공자(孔子)가 주역의 기본원리를 해설한 ‘계사전’은 뜻이 심오할 뿐 아니라 운율 또한 절창이다.

‘계사전’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강유상추이생변화(剛柔相推而生變化·강유가 서로 밀어 변화가 생긴다)’. 타이완의 사상가 남회곤은 ‘주역강의’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강이 곧 양이고, 유가 곧 음입니다. 모순이라는 것도 사실상 서로 밀고(相推) ‘탕(蕩)’하는 현상입니다.” ‘탕’이란 ‘방탕하다’는 뜻이 있지만 ‘흔들다’, ‘움직이다’는 뜻이 있다. ‘탕’은 ‘그네를 타는 것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앞으로 높이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서는 뒤로 올라가는 동적인 현상을 일컫는다. ‘탕’은 원래 계사전의 ‘팔괘상탕(八卦相蕩·팔괘가 서로 그네를 타듯 오락가락 한다)’이라는 구절에서 나오는 말이다.

대통령 지지율의 정치는 ‘상탕’과 같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다. 그네를 타듯 오락가락 한다. 우주 변화의 원리와 동일하다. 그런데 여기서 ‘탕’이 약하게 될 경우가 문제다. 매사가 꼬이고 어려워진다. 이 때 그네를 밀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아니면 그네를 타는 사람이 자력으로 반동을 줘야 한다. 그래야 다시 높이 올라갈 수 있다. 자력으로 반동을 주지도 못하거나 뒤에서 밀어주는 존재가 없으면, ‘탕’은 이뤄지지 못하고 정체한다. 물론 ‘뒤에서 밀어주는 존재’는 국민이다. 국민적 지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높이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집권 초기에만 가능한 일.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이 밀어주지 않는다. 결국 자력으로 반동을 줄 수밖에 없다. 자력으로 반동을 주는 것은 그네 주인공이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다. 자기주도의 개혁이요 혁신이다.  

공자는 “변화자, 진퇴지상야(變化者, 進退之象也·변화는 진퇴의 상이다)”라고 했다. 나아가고 물러서고 하는 것이 곧 변화라는 얘기다. 진퇴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사람의 진퇴다. 사람의 진퇴가 바로 변화의 핵심인 것이다. 사람의 진퇴는 물론 인사를 말한다. 즉, ‘과거의 사람’을 내보내고 ‘미래의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탕’이 이뤄지고 대변화가 생긴다. 이것이 ‘대통령 지지율 정치학’의 요체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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