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범정부적 저감종합대책 마련해야

‘미세먼지 공습’이 한반도를 잿빛으로 만들고 있다. 한반도 겨울 날씨가 전통적인 ‘삼한사온(三寒四溫)’현상이 아니라 ‘삼한사미(三寒四微·3일 춥고 4일 미세먼지)’현상이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지난 12일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69㎍/㎥, 13일 83㎍/㎥, 14일 129㎍/㎥, 15일 오전 강남구 기준 173㎍/㎥ 등으로 기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따라 국민 대다수가 ‘환기공포’, ‘외출공포’에 떨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는 ‘이민 고려’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일 수도권 지역의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공공기관 주차장 360개소 폐쇄, 수도권 7650개 행정 공공기관 차량운행 제한, 행정 공공기관의 80개 대기배출사업장과 514개 건설공사장 운영시간 단축 등 보여주기식 대책만 내놨다. 아무런 효력이 없는,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이다. 오는 2월15일부터 시행되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도 크게 기대할 게 못된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 미세먼지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미세먼지 이슈 제기가 자칫 대중관계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해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좀 더 미세먼지 속으로 들어가 보자. 미세먼지는 대기오염물질로 지름이 10㎛(1㎛=1000분의 1㎜) 이하의 아주 작은 먼지로 ‘PM(Particulate Matter)10’이라고 한다. 미세먼지 가운데 입자의 크기가 더 작은 미세먼지를 초미세먼지(지름 2.5㎛ 이하의 먼지, PM2.5)라고 한다. 흙먼지, 꽃가루 등 자연적 요인에 의해서도 생성지만, 대부분 보일러나 발전시설의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 현장이나 공장 등에서 배출되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NOx)·황산화물(SOx)·휘발성유기화합물(VOCs) 같은 가스 형태의 오염물질이 가장 큰 문제다. 이 오염물질들이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거쳐 미세 먼지로 변질돼 우리 몸을 습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미세먼지가 우리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고 있는가. 직경 5~10㎛ 미세먼지는 눈·코·목구멍에 침투해 알레르기비염과 결막염 등을 일으킨다. 5㎛ 이하 먼지는 기관지까지 침투해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유발시키거나 악화시킨다. 특히 2㎛ 이하 초미세먼지는 폐 속 깊숙이 침투해 폐포(허파꽈리)에 흡착됨으로써 폐렴이나 폐암까지 일으킨다. 뇌졸중 인지장애 미숙아 출산 당뇨병 암 우울증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난치성 질환인 루게릭병의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 중 디젤에서 배출되는 BC(black carbon)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미세먼지를 ‘은밀한 살인자’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마침내 미세먼지의 공이 정치권으로 날아들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정부는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화력발전소 일시 가동 중단 등 당장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을 ‘늦장’으로 비판하며 종합적인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앞서 15일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대통령과 정부는 즉각 중국과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미세먼저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미세먼지 공약은 다 어디 갔느냐”고 비판했다. 

이제 미세먼지는 환경부와 지자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넘어섰다. 북핵문제에 못지않은 국정현안이 됐다. 사람은 누구나 숨을 쉬지 못하면 죽는다. 그래서 신선한 공기가 식량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국력을 집중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야말로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외교다운 외교’도 더욱더 절실해졌다.

자사(子思)는 ‘중용(中庸)’에서 “치중화(致中和)면 천지위언(天地位焉)하며 만물육언(萬物育焉)이니라”고 강조했다. ‘중과 화를 지극히 하면 천지가 제자리를 편안히 하고 만물이 잘 생육된다’는 뜻이다. ‘중(中)’은 희노애락(喜怒哀樂)의 정(情)이 일어나지 않는 본성(本性)의 자리이며, ‘화(和)’란 그 정이 일어나서 모두 절도에 맞게 이뤄지는 것을 일컫는다. 감정이 그 때 그 때의 시대상황에 맞게 표출되고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을 의미한다. 장례식장에선 울어야 하며 코미디를 보고는 웃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

미세먼지는 천지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하루가 멀다고 사건사고가 왜 일어나고 있는가. 이 또한 천지가 제자리를 잡지 못해서다. 그래서 미세먼지는 경제에 우선한다고 본다. 미세먼지를 놓고는 여야가 따로 놀 수 없다. 보수와 진보가 다툴 일이 아니다. 정치적 감정도 미세먼지 대책에 맞게 표출해야 한다.

갑골문(胛骨文)이나 금문(金文)에서 ‘중’은 사방(四方)의 중앙에 꽂은 깃발의 형상이다. ‘화’는 오곡을 뜻하는 ‘화(禾)’와 사람의 입을 뜻하는 구(口)가 결합한 글자다. 따라서 ‘중화’는 원래 군대(국가) 중앙의 깃발 아래 모두 모여 함께 밥을 먹는 형상이다. 이 ‘중화’에 미세먼지를 대입하면, 5000만 국민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깃발’ 아래 모여 지혜를 모으고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즉, ‘중화정치’인 것이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중화정치’는 뭔가.

첫째, 문재인 대통령은 중량감 있는 환경전문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둘째, 문희상 국회의장은 5당 원내대표들과 함께 연일 머리를 맞대고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이낙연 국무총리는 외교부 행자부 산자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 장관들과 범정부적 대책기구를 만들고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미세먼지 저감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온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이 된 자리, 여야가 없는 자리, 보수와 진보가 없는 자리가 바로 ‘중화’의 경지다. ‘중화’의 상태는 고요하다. 고요함이 극에 이르러 완전히 정지된 적연부동(寂然不動)의 상태다. 갈등과 반목, 대립과 다툼이 없는 평화(平和)의 세계다. 통일도 여기서 이뤄진다. ‘중화(中和)’를 지극히 하면 천지(天地)가 제자리를 잡게 되기 때문이다. ‘중화정치’로 미세먼지를 해결하라.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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