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소상공인업계 “재정 열악한 기업들 현실 고려해야”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정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업계에서 줄기차게 촉구해온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대기업에 비해 재무구조가 열악하고 깊은 내수침체와 실적 부진으로 한계기업으로 몰린 기업들이 많다는 점에서 업체별 상황을 고려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소통라운드 테이블에서 "소상공인들이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의견을 제기할 수 있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적용이 어려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다만 홍 부총리는 "4대 보험 등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독자적인 정책 영역으로 설정해 정책 사각지대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고려해 주휴 수당을 폐지하거나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의 문제 제기에도 현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았고 정책에 반영되지도 않았다"며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감안한 보완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수차례 자영업자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과 체감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의 마찬가지다. 새해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019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최근 급격하게 추진되는 노동정책의 현장 연착륙을 위해 지금이라도 최저임금을 업종별, 규모별로 차등화하고 주휴수당을 폐지해 임금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탄력 근로 요건 완화와 제도 시행 연장도 촉구했다.

한 중소기업의 관계자는 “직원들 임금 올리고 근로여건 개선하자는 데 동의는 하지만 내수침체, 경기악화로 기업들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도 눈앞에 현실”이라며 “당장 힘든 시기에 맞게끔 정책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목소리는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바꾸기로 하면서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사실상 정부가 어려운 경기 현실을 감안해 최저임금 등 정책기조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형편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에 대해 노동자를 배제한 결정이라며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8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방안 관련 논의를 위해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첫 회의에서는 노사가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이같은 현실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회의는 사용자위원 측이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결정 관련 류장수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자 근로자위원 측이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근로자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설전이 벌어졌고 개회 30분만에 정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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