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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박사의 알기 쉬운 경제] 대공황 시대로 회귀하는 세계 경제

기사승인 2019.08.13  13: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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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보호무역주의의 강화로 시작된 대공황 전철 밟지 말아야

20세기 세계경제사에서 가장 떠올리기 싫은 사건이 있다면 바로 1930년대 발생한 ‘대공황(大恐慌)’일 것이다. 대공황은 세계적 규모의 경제 침체와 이에 따른 실업자 양산, 금융 시장의 대혼란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붕괴시킨 대사건이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의 GDP는 60%가 증발하였으며 독일은 노동인구의 44%가 실업자로 전락했다. 그리고 대공황이 시작된 이후 3년간 미국 시가총액의 약 89%가 사라졌다.

대공황의 여파는 경제적 파국에만 그치지 않았다. 사회체제가 붕괴하면서 노사 갈등, 인종 차별이 도처에서 발생했으며, 극단적인 국가 이기주의로 인해 결국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대공황은 그 상처의 크기만큼 서구 정치·경제·사회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1945년 이후 수립된 국제경제 질서와 각국 중앙은행의 역할이 대공황 시대의 악몽을 재현하지 않기 위한 수단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대공황이 현대 자본주의 역사에서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친데 비해, 그것의 발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가설들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정부의 방임주의와 무절제한 시장경제의 한계로 보는 시각이 현재로서는 가장 우세하다. 시장에서 이미 과잉 생산의 조짐이 나타났지만 자본주의의 무정부성으로 인해 경쟁적으로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결국 시장이 붕괴되었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공황 발생 초기 미국이 자국의 과잉생산을 해결하기 위해 관세를 올려 수입품을 규제하는 ‘스무트-홀리 법(Smoot-Hawley Tariff Act)’을 공표해 대공황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1930년 6월에 나온 이 법은 2만여 수입 공산품에 대해 평균 59%, 최고 400%에 이르는 고율 관세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의 반대론자들은 미국의 관세 인상이 다른 나라의 보복 관세를 유발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실제로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미국에 대해 보복 관세를 도입했다. 각국이 경쟁적인 보복 관세를 도입한 결과, 미국의 수출은 1929년 52억달러에서 1932년에는 16억달러로 축소됐다. 세계 무역 총액도 같은 기간 360억달러에서 120억달러로, 이 전에 비해 1/3 수준으로 급락했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조롱했던 스무트-홀리 법이 공황을 세계적인 규모로 확산시키고 장기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미국은 오는 9월1일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 제품 전체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1.5%를 달하게 된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희토류의 대미 수출 규제를 언급하고, 위안화 평가절하를 용인하고 있다. 여기에 다시 미국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통상전쟁에서 기술전쟁을 거처 환율전쟁까지 양국 경제전쟁의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관세부과와 중국이 반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1930년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의 강화에 유렵 국가들이 보복관세로 대응해 대공황을 심화시킨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경제전쟁을 두고 대공황의 닮은꼴이라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은 1930년대 스무트-홀리 법 시절에 근접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1945년 이후 세계 경제의 번영은 대공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공황 시대에 나타난 수많은 모순과 비합리적인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통해 현재의 경제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다시 ‘바보 같은 법’을 만들던 시점으로 되돌아가려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극단적인 국가이기주의며 시대착오적인 행동이다.

당시 스무트-홀리 법이 미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을 때, 미국의 경제학자 1028명이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하지만 후버 대통령은 ‘미국의 GDP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4.2%에 불과하다’며 이 법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위에서 서술한 바다. 지금 미국도 대공황 시대로 회귀하려하지 말고, 그 시대가 어떤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역사책을 먼저 봐야할 것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이원호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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