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겸영은행 휴면 신용카드 비중 업계 상위권
제주·전북은행 신용카드 10장중 2장 '장농카드'
연내 자동해지 규제 폐지에 증가세 가파라질듯

▲ 카드겸영은행을 중심으로 장기간 카드 사용실적이 없는 휴면 신용카드 규모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장기간 카드 사용실적이 없는 휴면 신용카드 규모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해지절차 간소화 등 적극적인 휴면카드 감축 노력을 기울이면서 2010년대 중반까지 휴면 신용카드 규모를 크게 줄였지만, 최근 들어 다시 가파른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카드겸영은행의 휴면카드 비중이 업계 상위권에 포진되면서 실속 없이 덩치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제주은행의 신용카드 대비 휴면 신용카드 비율은 21.7%로 카드겸영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제주은행이 발급한 신용카드 10장 중 2장은 사용되지 않는 '장롱카드'인 셈이다.

이어 전북은행(19.31%), 기업은행(16.29%), 부산은행(15.39%), 경남은행(15.10%), 대구은행(14.65%), SC제일은행(13.91%), 수협중앙회(13.66%), 씨티은행(12.78%) 등의 순으로 휴면 신용카드 비중이 높았다.  

반면 전업계 카드사들의 휴면 신용카드 비중은 대부분 10% 이하를 보였다. 신한카드의 휴면신용카드 비중이 6.43%로 가장 적었고 현대카드(7.41%), 삼성카드(7.52%), 우리카드(8.77%), 하나카드(8.97%), KB국민카드(9.21%) 등의 순이었다. 

여기서 휴면 신용카드 공시 대상은 과거 1년 이상 사용한 적이 없는 개인 및 법인 신용카드, 가족카드가 사용 중이더라도 본인회원의 카드가 휴면 상태인 경우 본인회원의 카드, 현금인출 및 하이패스 등 신용카드에 부가된 기능을 사용 중이더라도 휴면 상태인 카드를 말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대대적인 휴면카드 정리작업에 나섰다. 카드사들의 과도한 '몸집불리기' 경쟁으로 2008년부터 휴면 신용카드가 크게 늘어나면서 불필요한 연회비 지출은 물론 휴면 신용카드의 도난이나 분실로 인한 부정사용 등 고객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금융당국은 2011년 말부터 2012년 3월까지 휴면 신용카드를 일제히 정리하도록 각 카드사에 지침을 내렸고, 같은 해 10월에는 감독규정을 개정해 해당 내용을 반영했다. 이어 2013년 4월에는 업계 표준약관에 휴면 신용카드 자동해지 규정을 넣게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1년 3100만여장에 달했던 휴면 신용카드는 2012년 2370여만장, 2013년 1400여만장 등 매년 큰 폭으로 줄었다. 전체 신용카드 수도 2014년 9232만장을 기록, 2011년 대비 2982만장(24.4%)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휴면 신용카드는 다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카드업계의 휴면 신용카드는 851만장 수준이었지만, 올 1분기에 912만5000장으로 늘었고 2분기에는 990만장, 3분기에는 1035만4000장으로 급증했다. 

이는 업황 악화로 카드업계의 할인·무이자할부 등 결제혜택이 크게 줄고, 카드 자동해지 기준이 기존 3개월에서 9개월로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카드업계는 양적 성장을 보여주는 자사 회원수를 자랑하면서도 정작 고객들이 사용하지 않는 휴면 카드수에 대해선 쉬쉬해온 게 사실이다. '노는 카드'가 많을 수록 카드사의 질적 내실화가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카드 수가 이른바 '묻지마 발급' 시절인 2002년에 1억장을 돌파한 뒤 2009년에 이어 지난해 또다시 1억장을 넘어섰다"며 "카드사들의 경영난 호소에 금융당국이 연내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휴면 신용카드 규모는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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