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가격 타결 후 또다시 특별손해배상한도 갈등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이 막바지에 돌입했지만 구주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우선협상대상자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구주가격과 우발채무 설정 등에서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전체 일정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주목된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에 적극적인 상황에서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한 박삼구 회장의 기싸움이 치열한 모습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1조원대 차입금 등 조속한 경영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그 위기에 책임이 큰 박 회장이 지나치게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HDC현산 컨소시엄은 이날까지 계약서 조건 협상을 마치고 배타적 협상 기한인 오는 12일 정식으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안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어 그 결론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측은 현재 특별손해배상한도 설정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손해배상한도는 M&A거래에서 인수한 후 거래 대상 회사에 중대한 결점이 발견됐을 때 이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거래 금액의 일부를 별도 계정을 통해 잡아놓는 것으로, HDC현산은 과거 기내식 사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가능성, 금호터미널 지주사 헐값 인수 의혹 등을 고려해 특별손해배상한도 10%를 주장하고 있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앞서 양측은 구주가격에서도 이견을 보였다.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치를 3200억원으로 제시했지만 금호산업 측은 너무 낮다며 반발했다. 금호산업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구주의 가치를 4000억원대로 주장해왔다. 신주 인수 대금은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에, 구주 매입 대금은 금호산업 등 박 회장의 그룹재건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입장이 팽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HDC현산 의견에 따라 3000억원대 초반 수준으로, 가격조정한도도 금호산업이 주장했던 3%보다 높은 5%로 가까스로 합의됐다.

일각에선 연매 매각 무산이나 일정 연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협상 자체가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 산업은행도 박 회장 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4일 “아시아나항공을 살리자는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하고 뒷받침한 대승적 결단에 대해 감사하다. 개인 욕심을 버리고 기업에 대한 미련을 끊는다는 건 훌륭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만약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될 경우 매각 주도권이 산업은행에 넘어간다는 사실도 박 회장에게는 부담이다. 채권단은 높은 신주금액을 원하는 만큼 금호그룹은 구주금액에선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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