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경제 악화 가늠 어려워 전망치 계속 수정
코로나19 종식 노력과 국제 공조로 경제 회복시켜야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지난 20일 미국의 1~2분기 GDP 증가율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GDP 성장률이 1분기 마이너스 6%, 2분기에는 마이너스 2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사업장 폐쇄와 개인의 이동을 제한(자택 대피, 재택 근무령)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서 경제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애초 골드만삭스는 지난 2월 24일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을 기존 1.4%에서 1.2%로 내린 바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3월초 다시 전망치를 1분기 0%, 2분기 0.5% 성장으로 낮춰 잡았다. 따라서 이날 발표한 전망치를 포함하면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후 골드만삭스가 세 번이나 하향 수정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이코노미스트와 경제 관련 축적된 데이터를 보유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성장률 전망치를 불과 한 달 사이에 세 차례씩이나, 그것도 대폭 수정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향후 경제가 얼마나 더 나빠질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의 경기 침체가 아마도 최적”일 것이라는 맨큐(B. Mankiw)의 진단이나 "팬데믹이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선 우리가 제시한 최악의 시나리오도 낙관적일 수 있다"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경기 침제에 대한 우려가 커질수록 미국 정부의 대응 강도도 갈수록 세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3일 달러 찍어내기에 돌입하는 사실상의 ‘무제한 양적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국채와 주택저당중권(MBS)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을 계속해서 이어간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회사채 시장도 투자등급에 한해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쓰지 않았던 파격적인 카드다. 

사실 미 연준은 ‘무제한 양적완화’ 발표 이전인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제로 금리 수준’까지 내리고 대규모 양적완화를 골자로 하는 경기부양책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대책으로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넘어설 수 없다고 판단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예상을 넘는 고강도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날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증시는 사상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결국 미 연준은 8일 만에 자신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무제한 양적 완화’를 꺼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정부의 조치는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완화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무제한 통화 공급과 함께 재정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25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조2000억달러(약 2천7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안이 미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미 연방정부의 한해 예산이 4조달러 정도임을 감안하면, 정부 예산의 절반가량이 한꺼번에 투입되는 초대형 재정 투입이다.

그동안 나온 대책을 요약해 보면, 3월 15일부터 25일까지 열흘 동안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무제한 양적완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 등 10년에 한번 나오기도 힘든 고강도 대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경제 전망을 하는 기관과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미 정부가 주거니 받거니 수정 발표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전망치마저도 끝이 아닐 수도 있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15억명이 이동제한 조치 명령이나 권고가 내려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경기 침체가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전 몇 차례 발생했던 금융위기와 차원이 다른 장기 불황(대공황)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현재의 위기는 1929년 대공황과 여러 가지 점에서 비교되고 있다. 첫째,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부문에서 시작된 위기가 실물경제에 영항을 미친 것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경제 활동과 개인의 이동제한 조치는 실물경제에 먼저 타격을 주었다는 점에서 1929년 대공황과 유형이 같다. 

둘째, 경제 활동이 제한됨으로써 발생한 수요 부족 현상도 대공황 시대 공급과잉으로 인한 유효수요 부족과 결과적으로는 맥락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셋째, 대공황이 10여년 동안 지속되면서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제 체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면서 생산, 유통, 소비 패턴이 크게 바뀌는 등 기존의 경제 체제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불황의 양상은 10년 주기로 발생한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인류가 지난 100년간 겪어보지 못했던 대공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공포감을 더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골드만삭스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수정 발표하는 것이나, 미국 정부가 쓸 수 있는 모든 금융·재정 정책 카드를 조기에 꺼내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난 26일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G20 특별정상회의가 화상으로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정상들은 “글로벌 공급 체인에 대한 붕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국제무역을 촉진하고 국가 간 이동과 무역에 불필요한 장애를 유발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공황 시기에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각국이 경쟁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도입함으로써 세계 교역이 1/3 수준으로 추락했던 사례를 미리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확산 일로에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종식시키는 것과 함께 새로운 경제체제를 재구축하기 위해 각국이 공조해 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자국 이기주의에 빠져 국경폐쇄와 물자 이동을 제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대공황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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