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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박사의 알기 쉬운 경제] 일본 수출 규제 1년의 득과 실

기사승인 2020.06.30  16: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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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부품 기술 자립, 지속적 불매운동 성과
국제분업 관계 훼손 양국 경제에 부담만 줘

지난해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갑자기 수출 규제를 선언했다. 한국으로 향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3개 품목에 대해 관리 규정을 개정해 수출을 규제하겠다는 내용이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린데 대한 보복적 성격이 강했다. 해당 품목의 일본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만큼 우리 정부와 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시민들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도 없이 오히려 적반하장의 태도로 나오는 일본에 분노해 일본 상품 불매운동으로 맞섰다. 일본 내에서도 혐한(嫌韓) 정서가 고조되는 등 양국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초기에 경제적으로 큰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상당히 차분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양국에서는 1년의 손익계산을 내놓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일본이 손해 봤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오히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의 국산화를 촉진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한편에서는 일본에서는 징용 판결의 맞대응으로 수출 규제를 택한 것은 잘못된 전략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23일자 칼럼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오히려 일본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또한 칼럼은 일본 정부가 ‘부분적으로라도 규제를 해제해 양국 간 관계 개선의 실마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발표가 된지 1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현재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수출 규제 품목의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 노력에 대해 알아보자. 전경련은 29일 ‘일본 수출규제 1년, 평가와 과제’라는 세미나를 개최하고,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가지 품목에 대한 수입액을 공개했다. 전경련이 무역협회의 통계를 바탕으로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불화수소는 올해 1~5월 일본 수입액이 전년 대비 85.8% 줄어들었다. 반면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수입액은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다만 포토레지스트의 경우는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일본산 수입 비중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우리 기업이 추진한 소부장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불화수소는 국산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수입대체는 물론이고 조만간 수출도 가능할 정도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2개 품목은 국산화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수입선 다변화 또한 여의치 않아 일본 의존도를 좀처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민간중심으로 전개된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직후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불매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일본 기업들도 과거 한국에서 일어났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결국에는 흐지부지 끝났던 전례에 비추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되고 한 달 만에 일본 제품들이 우리 시장에서 급격하게 퇴출되면서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지난해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으며 2000억원 대에 이르렀던 영업이익은 1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던 아사이 맥주는 매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때 국내 카메라 시장에서 한때 선두를 달렸던 올림푸스와 일본의 대표 자동차회사인 닛산은 한국 시장에서 아예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시장에서 나름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고 생각했던 일본 제품들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일본 제품을 거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언급한 도쿄신문 칼럼에서 ‘일본이 더 손해’라는 표현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일본 수출 규제 1년을 되돌아보며, 그동안 전개되었던 사실들을 중심으로 득과 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직까지 완전하지는 않지만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일본에 대한 소부장 산업의 기술적 종속은 점차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탈피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점이 가장 큰 성과라 하겠다.

둘째, 민간 중심의 불매운동이 용두사미에 그치지 않고 꾸준하게 이어져 일본 정부에 강한 압박으로 작용했다.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던 불매운동과는 달리 이번에는 강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효과적·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일본인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인이라면 은근히 무시하던 일본인의 인식을 바꾸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 점 또한 이번에 얻은 성과라 하겠다.

   
 

반면, 한·일 경제 갈등이 심화되면서 가장 모범적인 국제 분업 관계로 평가받던 ‘소재·부품(일본)-완제품(한국)’의 구도가 크게 훼손된 것은 많이 아쉽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우리 기업에 부담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또한 한·일 양국에서 불매운동이 지속되면서 관광업 종사자와 소상공인들과 같은 서민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사실 강제 징용 배상 문제로 촉발된 한·일 경제 갈등에서 ‘우리가 이겼다’ 혹은 ‘일본이 더 손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소부장 산업에서 어느 정도 국산화를 달성하고 불매운동을 통해 우리의 힘을 보여준 점은 나름의 성과라 하겠지만, 그렇다고 순조로운 국제 분업 관계를 통해 한·일 양국이 ‘윈-윈’하는 것보다는 못하다. 과거사 문제를 경제적 압박으로 풀려는 일본 정부의 잘못된 선택을 하루 빨리 철회하기를 촉구한다.

이원호 경제학 박사


 

이원호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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