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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의 경제칼럼] 나스닥 폭락 사태 주시해야

기사승인 2020.09.15  16: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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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기적 광기 시장에 큰 충격 줄수 있어 경계 필요
묻지마 투자로 닷컴버블 붕괴 반면교사로 삼아야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던 미국의 나스닥 지수가 폭락하면서 세계 주식시장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이 실시한 무제한 양적완화의 여파로 주식시장은 기술주를 중심으로 지난 6개월 동안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9월8일부터 사흘간 폭락세를 연출하면서 미국 증시는 2200조원이 증발해 유동성 장세가 끝나고 있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나스닥의 폭락을 1999~2000년대 ‘닷컴버블’ 붕괴 때와 비교하면서 역사상 버블의 한 과정으로 이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닷컴버블이란 1990년 대 중반부터 인터넷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흔히 ‘닷컴 기업’)들에 투자가 몰렸지만 한 순간에 거품이 꺼진 사건을 말한다. 당시 회사명에 닷컴이 붙어있다면 무차별적으로 ‘묻지마 투자’가 일어났기 때문에 닷컴버블이라고 부른다. 수확체감의 법칙이 존재하는 기존의 산업에 비해 닷컴기업은 무한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말도 안 되는 믿음에 눈이 멀었지만, 급등한 닷컴기업의 대부분은 결국 속빈 강정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나스닥 지수는 고점대비 75% 폭락하면서 수많은 IT 관련 벤처기업들이 도산해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이번 나스닥 폭락이 닷컴버블 당시와 유사하다고 보는 사람들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미래 산업을 책임질 기술주가 폭등세를 기록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상승한 기술주 중에서 회사 가치가 매출의 10배를 넘는 과대평가주가 닷컴버블 직전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조만간 거품이 터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반면 현재 나스닥 지수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두 현상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닷컴버블 당시에는 닷컴이라고 이름이 붙은 주식은 무조건 올랐지만, 지금은 일부 검증된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였다는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점은 현 상황을 역사적 관점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버블의 하나로 볼 것인지, 아니면 과열 이후 나타나는 조정국면에 불과할 것인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에드워드 챈슬러는 그의 저서 ‘금융투기의 역사’에서 버블의 생성과 종말에 대해 “새로운 산업의 태동과 신기술이 출현하게 되면 ‘투기적 광기’가 발생하여 버블이 생성되고, 그 결과 어리석은 군중들은 투기의 희생자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버블이 진행되는 동안 집단 최면에 걸려 버블을 인정하지 않고, 버블을 인식한다고 해도 다른 누군가에게 위험을 전가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인해 버블은 붕괴 직전까지 팽창하는 속성이 있다”고 적고 있다. 버블시대에는 신기술 혹은 신산업에 대한 가치 투자는 뒤로 밀려나고 오로지 비이성적인 광기와 투기만 존재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번 나스닥 폭락 사태는 챈슬러가 말하는 버블의 시대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지난 6개월간 급등한 종목들은 테슬라, 아마존, 애플, 구글 등 일부 종목에 국한되었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 및 코로나19 이후 펼쳐질 비대면 경제 시대를 주도할 검증된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다. 최소한 광기와 투기 등 비이성적인 탐욕이 억제되었다는 점에서 이전의 버블과는 다르게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최근의 급등세는 유동성 장세임을 고려해도 과대평가된 것은 사실이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시장이 20% 정도 과대평가되었다면서, 이 부분만큼 조정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버블의 붕괴’라기 보다는 가파른 상승 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맞다. 앞서 언급한 기업들은 시장을 주도할 기술과 뚜렷한 실적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도산하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닷컴버블과 비교해 시장이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현 상황이 역사적인 버블로 발전할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유동성과 4차 산업혁명 진입 단계에서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나타나는 신기술들, 그리고 인류 역사에서 불쑥 불쑥 나타났던 투기적 성향 등이 어우러져 있다. 투기는 시장경제체제를 해를 끼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의 사회·경제 체제는 상당히 취약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각자는 투기적인 광기에 휩쓸리지 않게 이성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원호 경제학 박사

 

이원호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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