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마비 상황에도 증시만 뛰어...고평가 우려도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코스피가 코로나19 위기에도 최고점을 경신하면서 이보다 낮은 전망치를 제시했던 증권사들이 할 말을 잃고 있다. 실물경제 타격에도 유동성이 증시를 끌어올린 탓이다. 향후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투자 이정표 역할을 해왔던 증권사 전망치마저 모두 빗나가면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30일 오전 11시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10포인트(-0.08%) 하락한 2,631.35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올해 증권사들의 전망치를 넘는 수준이다. 작년 이맘때쯤 증권사들이 발간한 올해 증시 연간 전망 보고서에서 제시한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밴드)는 1900∼2500 사이였다.

증권사별로는 메리츠증권·케이프투자증권 2000∼2500, 하나금융투자 2000∼2450, KB증권 1950∼2400, 한화투자증권·현대차증권 2000∼2350, IBK투자증권 1960∼2380, KTB투자증권 1900∼2300, 키움증권 1900∼2250 등이다. 지수 결과로만 보면 증권가의 코스피 상단과 하단 전망이 모두 틀린 셈이다.

증권사들은 애초 올해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상장사 이익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지만 코로나19 사태까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 상장사 이익 반등 전망, 국내외 저금리 환경 등을 그 근거로 올해 증시를 낙관한 증권사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코스피는 2600선을 뚫고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폭락했을 때는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에 힘입어 지수가 빠르게 반등했고,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기대, 미국 대선 불확실성 완화, 달러화 약세 등이 맞물리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증시를 끌어올렸다.

고평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한국거래소 통계를 종합하면 지난 27일 현재 명목 국내총생산(GDP)에 견준 국내 전체 상장사 시가총액(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합산)의 비율은 112.7%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현재 통계치가 발표된 직전 4개 분기(2019년 3분기∼2020년 2분기) 국민소득 수치를 적용해 산출한 비율로, 실제 올해 연간 국민소득과 비교한 시총 비율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GDP 대비 시총 비율은 증시가 역사적 평균 대비 고평가됐는지 저평가됐는지를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로 곧잘 사용된다. 흔히 버핏 지수로 통용된다. 버핏은 미국 증시를 판단할 때 이 지수가 80% 미만이면 저평가, 100% 이상이면 고평가 국면이라고 봤다. 현재 증시가 부담수러운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현재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 상단을 대체로 2700∼2900대로 내다보면서도 돌발변수를 감안해 지수 밴드폭을 더 넓게 잡고 있다. DB금융투자의 경우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최고 3000(흥국증권)까지 잡으면서도 지수 하단을 최저 1960(DB금융투자)으로 전망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돌발 변수에 대한 예측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증권사 리포트에 의존하기 보다 투자자들의 소신이 더욱 중요한 단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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