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GDP 성장률 2.1%로 상향 조정
반도체·자동차 중심 수출 회복이 견인
원화강세·소비부진은 변수…"아직 일러"

▲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한국 경제가 3분기에 2% 넘게 반등에 성공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원화강세 등 악재가 여전해 4분기 이후에도 경제 회복세가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뒷걸음질하던 한국 경제가 3분기에 2% 넘게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성장률 개선은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원화강세(환율 하락) 현상이 지속되는 데다 국내외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 여전해 4분기 이후 경제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분기 대비)이 2.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0월 27일 발표된 속보치(1.9%)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으로 설비투자(1.4%포인트)와 건설투자(0.5%포인트), 민간소비(0.1%포인트) 성장률이 높아진 영향이다. 

앞서 1분기(-1.3%)와 2분기(-3.2%) 성장률은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2분기 성장률의 경우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6개월 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었다. 

이처럼 3분기 성장률이 속보치보다 높아진 배경에는 큰 폭으로 늘어난 수출이 자리잡고 있다. 3분기 우리 경제의 주축인 수출은 자동차, 반도체를 중심으로 2분기보다 16% 늘었다. 이는 1986년 1분기(18.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속보치(15.6%) 대비로는 0.4%포인트 높아졌다. 

수입 역시 원유, 화학제품 등을 위주로 5.6% 증가했고, 설비투자도 기계류·운송장비 등을 중심으로 8.1% 늘어 2012년 1분기(9.6%) 이후 가장 높았다. 반면 건설투자는 토목건설 위축 등의 영향으로 7.3% 줄었다.

업종별 생산을 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각 7.9%, 0.9% 성장했다. 서비스업 중 운수업(4%), 의료보건·사회복지(3.9%) 등의 회복세가 뚜렷했지만, 숙박 및 음식점(-3.3%), 정보통신(-3.7%) 등은 역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3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전기대비 2.4% 증가했다. 1분기(-0.8%)와 2분기(-2.2%)를 거쳐 3분기 만에 반등한 것이다. GNI는 전체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친 것으로 2017년 3분기(2.7%) 이후 가장 증가율을 기록했다. 

11월 수출도 호조세가 뚜렷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4.0% 늘어난 458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월별 수출은 코로나19 여파로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다 9월에 7.3% 증가한 뒤 10월에 3.8% 감소로 전환했다. 지난달은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도 6.3% 늘었다. 총수출액과 일평균 수출액이 모두 증가한 것은 2018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무엇보다 IT 관련 품목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 반도체는 3개월 연속 두 자릿수대 증가를 이어갔고, 디스플레이와 무선통신기기의 경우 수출액과 증감률 모두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동차 수출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3분기 경제가 수출 '약발'에 힘입어 예상 밖의 선전을 이뤘지만, 성장률이 4분기 이후에도 회복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당장 가파르게 추락하는 원·달러 환율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5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0.60원 내린 1106.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선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100원대 하한선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간소비 회복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파고가 전국 곳곳을 덮치는 상황에서 당분간 내수 침체와 소비 위축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낙관적인 전망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6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열린 인터넷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가 당분간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경기 흐름은 아직은 본격적인 회복세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은 겨울에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면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소비 쪽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의 확산은 8월 당시의 재확산 때보다는 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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