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무장관에 자넷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옐런이 상원 인준을 통과하게 되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재무부 장관이 된다. 그리고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클린턴), 연준 의장(오바마), 재무장관(바이든) 등 경제 요직 3개를 모두 경험하는 최초의 미국인이 된다. 옐런 내정자가 여러모로 화제가 되는 이유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경제 정책(바이드노믹스)을 이끌 옐런의 귀환을 가장 반기는 쪽은 미 증시를 포함한 금융계다. 연준 의장 시절 보여줬던 탁월한 업무 능력과 함께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에게 거부감이 적은 인물로 알려져 금융 시장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옐런 전 의장이 재무장관으로 내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증시가 크게 반등하는 등 시장의 반응은 환영 일색이다.

연준 의장 재직 시(2014~2018년) 옐런은 11년 만에 기준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미국은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 경제가 도약하던 시기로, 그동안 양적완화로 풀렸던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었다. 대표적인 비둘기파(온건론자)에 속하는 그는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매파(강경론자)들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경기회복을 지켜보면서 금리인상 시기를 조율해 시장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연준에서 금리 인상해 긴축의 신호탄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증시에서 기술주가 오히려 상승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시장에서 옐런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높은지를 것을 미루어 짐작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금 미국경제가 처한 상황도 옐런이 연준 의장으로 있을 때와 비슷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국경제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행해, 시중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풀려있는 상태다. 하지만 조만간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고 현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인다면 유동성 회수를 주장하는 매파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 바이든 당선인은 다양한 이해 집단의 의견들을 조정하면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적임자로 옐런을 발탁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시장의 환호와 별개로 재무장관으로서 옐런의 앞에 놓인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를 부문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불황 탈출을 위해 얼마나 신속하게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느냐이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2조 달러의 경기 부양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를 공약한 바 있는데,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은 옐런의 손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부양책은 내용만큼 적기에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옐런의 협상력을 시험하는 첫 번째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올 한해 미국경제가 침체와 일시적인 회복을 반복하면서 ‘K자형 회복(양극화 현상)’의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K자형 회복(혹은 성장)은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분배되지 않고 일부 계층과 기업에게만 몰리는 양극화 현상으로, 이는 경제 성장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사회 불안을 커지게 하는 요인이다. 이번 미 대선을 통해 정치적 갈등(양극화)이 첨예하게 표출된 가운데 경제적 양극화마저 심화된다면 미국의 사회·경제적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케인지언으로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에 강점을 가진 옐런이 평소 실업해결에 많은 관심을 보인 만큼 경제적 양극화를 해결하는 적절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두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바이드노믹스를 이끌 옐런의 귀환이 우리 경제에는 다소 우호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미국이 강력한 재정정책을 통해 실업률을 낮추고 점진적으로 내수를 키워나간다면 대미(對美) 수출 의존도 높은 우리 기업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도 옐런 특유의 협상력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해결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우리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원호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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