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59곳 중 58곳 계획서 제출…과학기술인공제회 반대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을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의 정상화 계획을 진행해온 태영건설이 막판 난관에 부딪혔다. 서울 ‘반포 도시형 생활주택 공사현장’에서 대주단인 과학기술인공제회(이하 과기공)과 사업참여자들의 갈등이 커지면서 PF사업장 정상화 방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하지 못한 것이다.

태영건설 등에 따르면 총 59곳에 달하는 PF사업장 중 반포 PF 사업장을 제외한 58곳의 정상화 방안이 제출됐다. 그러나 원래 내달 예정됐던 기업개선계획의 결의는 5월로 연기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거복합시설 공사는 이달 초부터 중단된 상태다. 대우건설‧이스턴투자개발‧KB증권이 출자한 반포센트럴피에프브이가 시행하고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이 사업지는 서초구 반포동 59-3번지 외 2필지에 지하 4층~지상 20층에 걸쳐 도시형 생활주택 72가구‧오피스텔 25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강남 한복판의 입지를 바탕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던 공사가 멈춘 것은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지난 연말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 PF의 주요대주인 과기공과 갈등이 커지면서 부터다.

반포센트럴피에프브이는 과기공, KB증권 등과 2380억원 한도의 PF 대출 약정을 체결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특히 과기공은 지난 2022년 브이아이자산운용과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에 출자한 펀드를 통해 선순위에 1520억원, 중순위에 350억원 한도의 PF 대출약정을 체결해 전체 공사비의 80% 이상의 비중을 가져갔다. KB증권은 SPC를 통해 중순위 150억원, 후순위 100억원 한도의 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260억원 한도대출은 추후 태영건설 자금보충약정으로 조달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기존 대출약정을 통해 추가 인출할 수 있었던 260억원이 막혔다. 이에 시행사는 신규 자금을 조달해 공사비를 충당하기로 했지만, 상환 순위 1‧2순위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과기공이 이 추가 자금 조달에 반대하고 나섰다.

워크아웃 규정상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투입되는 추가 자금의 변제 순위는 최우선으로 취급된다. 즉 추가자금이 투입될 경우 과기공의 1‧2순위 변제순위가 밀려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기공은 추가 공사비를 내기 어렵고, 추가 자금 투입에도 반대하는 한편 나머지 대주단이 추가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과기공보다 후순위로 조달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채권단협의회 결의에서 워크아웃이 확정되기 전엔 사업지 정상화 과정에 동의할 수 없단 입장을 통보한 상황이다.

사업장 관계자는 “3월4일부터 공사가 아예 멈춘 상황인데, 과기공에선 현재까지 기존의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며 "(공사 재개와 관련해) 미팅 등을 진행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들었다"고 토로했다.

공사중단에 따라 사업비와 공사비가 추가적으로 태영건설의 미수금에 반영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PF 사업장의 정상화가 워크아웃의 핵심인만큼 앞으로의 워크아웃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이 20% 이상 진행된 사업장인만큼 시공사 교체도 어렵고, 사업이 좌초돼 공매로 싼 값에 넘어갈 경우 과기공도 원금손실을 피할 수 없단 관측도 나온다.

한편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은 기존 4월11일로 예정됐던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 의결을 한달 연기했다. PF사업장 정상화 방안 제출이 미뤄진 것에 따른 것이다. 산은은 PF대주단이 제출한 PF사업장 처리방안을 분석하고 태영건설에 미치는 제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하는 데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을 인정해 이번 연기를 실시했단 설명이다.

사업장 관계자는 "현재 시행사 측이 취할 수 있는 뾰족한 방도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5월11일까지도 과기공과의 협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워크아웃 전체의 좌초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일부분 부담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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