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현대건설 터널 이후 대형 수주 없어…올해도 수주 ‘0’
까다로운 사업조건에 중국 등 경쟁국 공세도…“사업성 떨어져”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네옴시티로 향하는 도로변을 오가는 덤프트럭.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네옴시티로 향하는 도로변을 오가는 덤프트럭.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세일즈 외교'를 통해 달성하겠다던 해외건설 수주 400억달러 달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수주 확대의 핵심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형 도시 건설 계획 ‘네옴시티’에서 장기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다.

21일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자료 분석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거둔 수주 규모는 21억5000만달러(2월29일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41억6000만달러)의 52% 수준이다.

정부와 건설사는 올해 해외 수주 목표를 지난해 거둔 333억1000만달러보다 70억달러 가까이 올린 400억달러로 제시한 바 있다. 사우디에서 추진 중인 네옴시티 등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에 공식 총 사업비만 5000억달러(한화 약 600조원)을 들여 미래 신도시를 세우는 사업이다. 사업 완료까지 추정 사업비 1조달러(한화 1200조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를 찾는 ‘세일즈 외교’에 나서자 일각에선 수십조원 단위의 네옴 수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2022년 거둔 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의 공동 수주(네옴 프로젝트 터널 공사, 10억달러) 이후 추가적인 대형 수주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지난달 열린 국토교통부의 해외건설 관련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2년 전 공동으로 터널공사를 수주한 이후 2년간 네옴 관련 수주가 없었다”며 “인도·중국·터키업체의 저가 경쟁으로, 단순 가격 경쟁에 따라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현황을 설명한 바 있다.

해외건설협회 발간 자료에 따르면 협회에 신고된 네옴 관련 수주 규모는 총 5건, 2억달러(한화 약 2600억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네옴 관련 수주는 전무한 상황이다. 1‧2월 해외건설 월간 수주통계에 따르면 SGC이테크건설이 사우디에서 화학플랜트 공사로 5억달러, 건화가 상하수도 확장 사업으로 6400만달러를 수주했지만 모두 네옴시티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산업‧용역 사업이다.

기대감이 컸던 네옴시티 수주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까다로운 사업 조건과 중국‧인도‧튀르키예 등 경쟁국가의 공세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국가의 건설은 규모는 크지만, 유가 변동이나 현지 정부의 급격한 임금 인상 요구 등이 많아 불확실성도 마찬가지로 큰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난이도로 인해 대우건설‧GS건설‧포스코건설 등은 네옴시티 대신 기존의 싱가포르나 베트남, 리비아 등 기존의 진출 국가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국제 시공경쟁력에서 1위를 달리는 중국이나 9위를 차지한 튀르키예 등의 저가 수주 공세도 거세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적극적인 세력 확장을 추진 중인 중국의 경우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사우디에서 대량의 계약을 끌어내고 있다.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우디를 국빈 방문한 뒤 곧바로 체결한 에너지‧건설‧교통 분야의 협력 협정 규모는 한화로 38조6000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중국이 사우디에 투자하는 건설협약 투자금액도 2022년 56억달러, 2023년 38억달러에 달해 가장 중요한 사우디의 협력국으로 올라선 상황이다.

해외건설협회는 ‘중국기업의 해외진출 동향 및 시사점’ 특집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해외건설시장에서 27.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주요국과 교통 인프라 구축사업을 지속하고, 각국은 구축된 인프라를 중심으로 다양한 도시‧지역 개발사업을 추진하게 될 것으로 예상돼 우리기업이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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