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실질실효환율 110.20 기록, 1년 7개월 만에 최저
실질실효환율 하락, 수출 확대에 긍정적 역할 기대
"수출 수축기에 환율·수출 상관관계 낮아져" 분석도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교역상대국 통화가치와 물가변화를 고려한 원화값은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9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110.20(2010년 100 기준)으로 1달 전보다 0.6% 하락했다. 이는 2017년 9월 109.64를 나타낸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효환율은 교역상대국 통화에 견준 원화의 가치를 교역량 비중에 따라 가중평균해 구한 환율지수다. 중국의 가중치가 3분의 1로 가장 크다. 여기에 물가상승 효과를 차감해 외국상품에 대한 실질 구매력을 따지는데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2010년)보다 가치가 올랐다는 의미다.

원화가치는 지난해 말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해 11월 113.99를 찍고는 12월부터 5개월째 하향세다.

원화는 5월 들어서도 달러, 유로, 엔 등 주요 교역대상국 통화와 대비해 가치가 하락해 실질실효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달러 환율은 17일 종가 기준 달러당 1195.7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2.3% 상승(원화가치 하락)했다.

이러한 실질실효환율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는 강달러 기조와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수출 부진 등 경기여건 악화가 꼽힌다. 지난해 말 이후 부진에 빠진 수출 측면에서는 실질실효환율 하락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교역상대국들이 한국산 상품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질실효환율 하락이 곧바로 우리나라 수출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가설이 이번에도 적용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한국은행 BOK경제연구의 '국면전환을 고려한 수출변화에 관한 실증연구' 보고서를 보면 수출 확장기에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수출 증가율이 1.67%포인트 상승했지만, 수출 수축기에는 실질실효환율 하락이 수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통계적으로 분명히 나타나지 않았다.

글로벌 수요 둔화에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상황이라면, 고환율에 달러화 표시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물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환율이 수출 및 내수에 미친 영향에 대한 재고찰' 보고서는 "2000년대 이후 수출에는 환율 상승보다 글로벌 경기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9∼2007년에는 원화가 4.9% 절상됐으나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12.7%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2008∼2017년에는 원화가 1.6% 절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율은 5.2%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원화 가치가 낮아졌지만 수출 증가세는 오히려 꺾였다. 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의 경우 국제시장 가격보다 글로벌 수요가 수출 물량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스마트폰 생산 공장 등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현지 통화 혹은 달러화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이 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도 작아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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